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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러진 물건들 속에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책 2020. 3. 5. 23:56
망원동 복작복작한 골목 끝, 30년 넘은 오래된 붉은 빌라 202호. 지하방 아저씨와 수도세를 반씩 내던 집, 빌라 계단 구석에는 주인 잃은 거미줄이 뭉쳐져 있고 그 위엔 검은 먼지가 가라앉아 있던 집, 보일러가 거실에 노출된 채로 설치되어 있어서 보일러를 틀면 온 집에 우우우우웅 하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던 집. 나의 30대 초반 2년 반을 보낸 집. 그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그 전에 월세로 살던 집이 있습니다. 2000에 45 하던 그 집 1층에는 장사가 썩 잘되는 감이 그려진 주황 간판의 24시간 감자탕 집이 있었습니다. 4층 건물 옥상에는 9개쯤 되는 원룸이 쪼개져 있었고, 저는 그곳 1호실에서 3년 반가량을 살았습니다. 4층 집으로 올라가려면 감자탕 냄새와 감자탕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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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내 마음속 우사인볼트를 깨운 책 <마흔이 되기 전에>책 2020. 3. 3. 23:51
#1 철학 전공, 역사 복수전공 인문적 인간인 나도 취업 앞에선 자기계발서를 찾게 되더라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시나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도 인생을 다 살아보지도 않아놓고서는 성공에 대해 인생에 대해 모든 걸 아는양 자신이 정답인양 이야기하는 게 싫다 말합니다. 명령조로 이거 해라 저거는 하지 마라 그건 맞다 저거는 틀렸다 하며 읽는 사람들의 처지와 상황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신적인 위치에서 한 가지 답을 강요하는 자세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벼워서, 사색의 여지가 없어서, 깊은 통찰이 없어서 싫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으니까요. 30대 초반까지도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색이 있고 생각의 여지가 있는 인문서가 좋았습니다. 은유와 비유가 좋았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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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 바간에서 거리두는 법을 배웠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책 2020. 3. 2. 23:51
#1.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저 사람과 학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다면 1년 내내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겠지" 싶을 만큼 성향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초반에는 대체로 신선했습니다. 나와 반대인 저 사람의 어떤 면들은 장점으로 보였고, 나도 저런 점은 배워야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자극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저 사람과 같이 지내면 나의 다른 면들이 발휘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타고난 기질을 거스르지는 못해서, 몇 달이 지나면 꼭 급하게 먹은 밥에 체한 듯 일은 원활하지 못했고 나쁜 감정은 쌓였습니다. 재작년의 제가 그랬습니다. 나빠질 대로 나빠진 그 사람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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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나는 공간을 바꾼 덕분에 인생의 암흑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인생을 바꾸고 싶거든 공간을 바꾸자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책 2020. 2. 29. 23:55
#1. 내 인생에 서른앓이는 없는 줄 알았지 뭐야 서른앓이. 난 서른을 맞을 때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삼십대가 반가웠습니다. 저는 20대의 방황이 싫었습니다. 취업에 대한 걱정과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음, 내 손으로 벌어먹을 수 없다는 슬픔을 얼른 털어내고 싶었거든요. 30대를 맞을 때도 연봉은 적었지만 더 나아질 수 있다 생각했고 그러기에 충분히 젊은 나이라 생각했기에 이제 시작이다, 나도 이제 안정의 시기에 접어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첫 직장, 30대 초중반의 선배들이 갖는 마음의 안정을 동경했습니다. 저도 불안과 의심과 신입의 시기를 얼른 벗어나서 그들처럼 의연한 자세이고 싶었습니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이것도 저것도 몰라서 물어야만 알 수 있고 도움을 받아야만 해낼 수 있는 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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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소설 2권 추천: 코리아 밀레니얼 퀴어와 아메리카 모더니즘 퀴어. <대도시의 사랑법><캐롤>책 2020. 2. 27. 23:56
도시에는 여러 색깔의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패션, 음식, 종교, 인종 ... 여러 경우의 수로 도시의 사람들은 나뉩니다. 도심 길거리, 내 옆을 걸어가는 사람, 붐비는 지하철 속 옆에 앉은 사람의 성향을 겉으로 알아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자신의 성향과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그/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경우엔 더욱 그렇죠. 말하기 싫은, 혹은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요. 성적 취향이 바로 그렇습니다. 화려한 도시를 채우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화려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화려한 도시가 화려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채워지고 빛나고 얼룩진다는 건 슬프고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이런 화려한 도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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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러너라면 누구나 공감 1만 배! <마라톤 1년차>책 2020. 2. 25. 22:14
#1. 나는야 마라톤 1년차를 맞는 초보러너 (삐약) 2019년 봄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여 이제 곧 마라톤 1년차를 맞는 초보러너입니다. 이번 생에 꼭 한 번은 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도심의 러너'였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 세계적 도시에는 하나같이 있지만, 글로벌 도시로 버금가는 서울에만 없는 것. 도심의 러너가 아닐까요? 운동화 하나 달랑 신고 운동 나가는 뉴요커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도심의 러너가 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는 자동차로 가득한 도심의 도로가 마라톤을 하는 날만큼은 오직 러너들만이 텅 빈 도로 위를 달리며 도시의 심장을 관통합니다. 그 멋진 풍경과 광경을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생에 말이죠. '도심의 러너'에 대한 꿈을 스멀스멀 키우던 때, 아주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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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아저씨처럼 달리고 싶어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책 2020. 2. 24. 02:43
#1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얼떨결에 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하는 운동이 장거리 달리기였습니다. 그런 제가 마라톤을 시작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몸이 별로 좋지 않다고 느꼈고 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달리기가 될 줄은 전혀 몰랐죠. 초보 러너의 달리기 분투기는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했됐습니다. #2 . 나도 하루키처럼 달리고 싶었지만, 진짜로 달리게 될 줄이야 달리기와 재즈와 맥주를 좋아하는 하루키 아저씨의 에세이들을 좋아합니다. 단연 도 너무나 좋아하는 에세이 중 하나죠. 달리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지 않던 몇 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을 적에 생각했었죠. "나도 하루키처럼 달리고 싶다. 뜨거운 햇살을 꾹 참고 힘든 것도 꾹 참고 피니시 라인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 맛을 나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