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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관계의 선을 침범해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책 2020. 3. 20. 23:57
#1. 첫째라는 이유만으로 싫은 건 먼저 하고 좋은 건 나중에 하고 언니들을 좋아합니다. 어른스러운 동생들이 좋습니다. 철없는 동생, 동생 같은 언니, 딱 싫어합니다. 어릴 땐, 동생 둘 있는 첫째인 게 싫었습니다. 나는 모범 같은 거 잘 못하고 먼저 챙기지도 못하겠고 먼저 하는 것도 싫은데 첫째니까 해야 한답니다. 언니니까 잘해야 하고 누나니까 양보하랍니다. 나도 응석부리고 싶고 양보받고 싶은데 왜 첫째라는 이유로 싫은 건 먼저하고 좋은 건 나중에 해야 하나요? 그게 싫었습니다. 한 살 어린 동생과 컴퓨터학원도 서예학원도 글짓기학원도 수영도 미술학원도 같이 다녔습니다. 동생과 내가 자매란 걸 아는 학원 선생님들은 내가 동생보다 못하면 꼭 한마디씩 토를 달았습니다. "동생이 더 잘하네" "언니니까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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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집밥 같은 심리학, 별 다섯 개!: <당신이 옳다>책 2020. 3. 19. 23:34
#1.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구나 지금은 퇴사한 직장동료는 20대 후반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깊은 슬픔에 일상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혼자는 힘들어 정신과전문의를 알아보던 그녀는 베스트셀러도 내고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 의사 병원에 문의를 했습니다. 진료를 받으려면 얼마냐고,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결론은 그녀는 진료를 받지 못했는데, 시간당 진료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그 금액을 당시 나는 듣고 입 벌리고 놀랐었습니다.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구나, 하지만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은 가진 게 많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돈이 없어서 치유받지도 못하는 그 마음들은 어디서 위로를 받나.' 그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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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책 2020. 3. 18. 23:52
#1. 참을 수 없어 떠난 홀로 해수욕 지난 여름, 8월 내내 매주말마다 바닷가엘 갔습니다. 그것도 혼자 말이죠. 15년 만에 시작한 운전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디든 가야 했거든요. 20살이 되자마자 땄던 면허증을 빛을 보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운전에 익숙해지는 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험도 언젠가는 반드시 쓰게 되어 있다는 걸 운전하며 또 느꼈지요. 태국에서 미얀마에서 제주도에서 혼자 스쿠터를 타고 여행한 게 운전에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은 그땐 몰랐거든요. 여름의 절정, 주말 해수욕장은 사람으로 꽉 찼습니다. 처음엔 주변을 썩 많이 의식했습니다. 주변 모두 둘씩 셋씩 넷씩인데 나만 혼자 자리를 물색하고 돗자리를 펴고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하자니 한 번씩은 꼭 주변을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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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쉽고 명쾌하고 과학적인 우울증이라니!: <우울할 땐 뇌과학>책 2020. 3. 17. 23:44
#1. 저는 제가 우울증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감정기복이 크지 않습니다. 말수도 적죠.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편입니다. 말수도 적고 감정기복도 적고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만 충전이 되는 저라는 인간의 내향적 성향을 온전히 인지하지 못했을 땐, 저에게 우울증이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종종 자주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니 이 기분이 우울감인가 보다,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며 치료해본 적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다 제가 저에게 우울이 있는 것 같다 했더니, 그 사람이 반색하며 당신은 우울증이 절대 아니다 말했습니다. 우울증은 그런 게 아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 감정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기분, 희망이 없고, 어떻게 할 줄 모를 만큼 절망적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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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홀로 떠돌이 10년, 내 집 마련 투지가 불끈: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책 2020. 3. 16. 23:26
#1. 서울 떠돌이 내년이면 10년, 나도 내 명의 집을 갖겠다 서울살이 10년째 되어갑니다. 20대 중반, 취업과 동시에 첫 서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이모집에서 고시원으로 고시원에서 월 50만 원 원룸으로, 월 45만 원 원룸으로, 보증금 1억 2500만 원 전세집으로, 그리고 현재 보증금 1억 8500만 원 전세집까지. 이 커다란 도시에서 내 몸 하나 누일 작은 공간 찾는 일이 왜 이렇게 서글프고 팍팍할까요. 제 궤적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모범답안 같습니다. 신촌에서 망원으로 망원에서 방화동으로 이사온 궤적으로 본다면 이제 다음 거주 장소는 이곳보다 더 먼 서울 변두리 혹은 경기권일 것 같네요. 실제로 경기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 이사할 때는 반드시 내 집을 사서 나가겠다는 계획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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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는 완벽해야 한다는 편견: <엄마는 페미니스트>책 2020. 3. 13. 23:56
나는 페미니스트 대열에 감히 낄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쉽사리 넘어서지 못하는 공고한 이론을 알아야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무언가 특별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독특한 주장을 하는 것 같았고, 그 논리를 나는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권리 신장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나는 '감히' 페미니스트가 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어떤 법칙이나 이론이나 일관된 주장이 있어서 그것에 따라야만 나도 페미니스트 대열에 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거지요. 일상 상황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뭔지 확신하고 있어야 페미니스트 대열에 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 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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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만큼 깊은 내공을 지닌 줄만 알았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책 2020. 3. 11. 23:56
#1. 전작을 너무 좋게 읽었던 걸까요?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 수천 년 지식을 뼈다귀 같이 설명하는 책. 그런데 핵심은 또 정확히 전달되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책. 입니다. 실제로 뼈다귀 같은 캐릭터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 읽는 묘미가 되기도 하지요. 1, 2권을 읽었을 때, 이 책이 이토록 단순하고도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내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건, 단순히 저자가 핵심을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맞았지만 다른 이유가 또 있었다는 걸 이번에 출간된 제로 편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2. 를 읽으며 든 세 가지 의문 편을 읽고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1, 2권이 너무 수작이었던 걸까요. 오랜만에 나오는 이 시리즈의 서막과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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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상처받겠다는 용기 <독고솜에게 반하면>책 2020. 3. 10. 23:14
#1. 쉽사리 친해질 수 없던 비밀스러운 그 아이, 누구에게나 있는 학창시절 기억의 한 조각 교실 바닥 나무냄새. 복도로 난 창문 틈 사이 비치던 햇살. 의자 끄는 둔탁한 소리. 선생님 몰래 주고받던 쪽지. 그리고 알고 싶던 그 아이의 옆모습. 이 모든 것들의 냄새가, 기억이, 을 읽는 내내 주변을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도 왠지 신비롭던 같은 반 아이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두 학기 내내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한 그 아이의 방과 후는, 일상은 나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집중할 때면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면 입에 힘을 주고 한쪽으로 몰던 버릇까지도 왜인지 기억이 나지만 좋아하는 게 뭔지, 가족은 어떤지,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지, 사소한 것들조차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