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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집밥 같은 심리학, 별 다섯 개!: <당신이 옳다>
    2020. 3. 19. 23:34

    #1.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구나

     

    지금은 퇴사한 직장동료는 20대 후반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깊은 슬픔에 일상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혼자는 힘들어 정신과전문의를 알아보던 그녀는 베스트셀러도 내고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 의사 병원에 문의를 했습니다. 진료를 받으려면 얼마냐고,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결론은 그녀는 진료를 받지 못했는데, 시간당 진료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그 금액을 당시 나는 듣고 입 벌리고 놀랐었습니다.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구나, 하지만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은 가진 게 많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돈이 없어서 치유받지도 못하는 그 마음들은 어디서 위로를 받나.'

     

    비싼 돈을 지불하고 마음 치유를 받으면 비싼 만큼 더 깨끗하고 말끔하게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비싸서 어쩌다 한 번 찾아갈 수밖에 없는 전문의가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의 치유가 아닐까요? 

     

    그녀는 더 적은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사를 찾아갔지만 궁금하더랍니다. 도대체 그 의사는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잘 치유하는 명의길래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 걸까,라고 말이죠.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 등 날고기는 사람들을 상대로 1대1로 마음코칭해주는 데도 능하다는 그녀의 진료를 받아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더라고요.  

     

    #2. 불안과 외로움을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옵니다

    그럴 때마다 전문의를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살면서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인간관계 문제가 주요했습니다. 나는 고립된 섬 같이 느껴졌고, 걸을 때마다 1미터씩 발이 푹푹 빠지는 질퍽한 늪을 걷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이 상황과 관계없는 사람의 시선에서 나와 상황을 재정립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지는 않았는데, 그 문턱이 너무 높게 느껴진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그곳으로 찾아갈 마음의 여유조차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정신과를 찾아가 나를 돌보는 노력을 해볼 텐데 그때의 나는 내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여기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치유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지를 못했습니다. 정신과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을 뿐 실제로 한 걸음 떼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상황을 탈출하고, 관계를 끊어내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 다시 일상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더 깊은 절망에 빠져들었겠죠. 그랬다면 정말 약물에 의존해야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반을 뚝딱 읽었습니다. 이 책의 단점이라 한다면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앞부분에서 핵심을 캐치했다면 뒷부분의 힘 떨어짐은 손해볼 수 있다 싶습니다.

     

    물리적 허기만큼 수시로 찾아오는 문제가 인간관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불편함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매번 자격증을 가진 의사나 상담사를 찾을 수는 없다. 끼니 때마다 찾아오는 허기만큼이나 잦은 문제라서 그때마다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면 일상이 불가능해진다. 스스로를 해결하는 집밥 같은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_<당신이 옳다>, 26쪽 중에서

    아, 저는 이 문구를 읽은 이상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해결하는 집밥 같은 심리학'이라니요! 불안과 외로움은 하루에도 문득 문득 찾아옵니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데도 마음의 허전함과 미묘한 관계의 줄타기에 상처받는 마음은 매일 조금씩 쌓여갑니다. 그런 순간은 회사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미팅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전문의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의 어느 곳에 집중해야 이 불안과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책을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3.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 '내 감정'

    당신의 감정은 항상 옳다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심장 압박을 할 때는 두꺼운 옷을 젖히고 옷에 붙은 액세서리도 다 떼고 정확하게 가슴의 중앙 바로 그 위 맨살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심리적 CPR도 '나'처럼 보이지만 '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나'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_<당신이 옳다> 103쪽 중에서

    그런데 어디가 '나'라는 존재 자체인가. 남들은 다 나를 부러워하는데 내가 이러는 건 사치스러운 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은 불안하고 외로울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괜찮은 건가 아닌가. 그때는 내 생각이 옳은가 아니면 내 감정이 옳은가. 감정이 항상 옳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은 내 감정, 내 느낌이므로 '나'의 안녕에 대한 판단은 거기에 준해서 할 때 정확하다. 심리적 CPR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도 감정에 따라야 마땅하다. _<당신이 옳다> 103쪽 중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집밥 같은 심리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주목받지 못하는 나, 사라져가는 나, 공감받지 못하는 나, 인정받지 못하는 나, 때문에 괴롭고 힘든 거라 말하며 '심리적 CPR'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 저는 103쪽에 연이어 등장하는 저 두 문단 속 글들을 읽으며 이 페이지 이 내용이야말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이구나 싶었습니다. 내 감정이 항상 옳다는 생각으로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라는 것 말이지요. 

     

    <당신이 옳다>는 '내 감정이 항상 옳다는 생각으로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멈춰 있는 '나라는 존재' 그 자체를 강하게 압박하라는 거지요. 이것을 저자는 '심리적 CPR'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당신이 옳다>를 굉장히 좋게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비슷비슷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던지는 많은 심리 대중서를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 책들은 어디선가 연재된 글들을 짜깁기해 엮은 경우가 많아 보였고, 그러다 보니 책 전체가 하나의 괘로 잘 짜였다기보다 보기 좋은 글과 공감 받기 쉬운 말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저는 누워 읽든 앉아 읽든 서서 읽든 꼭 연필을 손에 쥐고 읽습니다. 읽으려고 책을 집어들 때 연필도 같이 찾아서 집어들죠. 읽다가 체크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두어야 하거든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책 내용이 가물가물해집니다. 그럴 땐 체크해놓은 부분만 다시 읽어보아도 책을 읽던 때의 생각과 감정이 다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옳다>는 읽으며 체크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합니다. 그 주제를 완성하기 위해 사례도 메시지도 일관되게 엮였습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까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가 그 이후로 한동안 진도를 못 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에서 이 책의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내었다면, 저는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반 이상 건져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기대 이상의 심리서입니다. 몇 다섯 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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