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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자전거를 좋아합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무지 좋아하고, 취미로 그림을 그립니다. 아, 고양이 한 마리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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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중반, 내 마음속 우사인볼트를 깨운 책 <마흔이 되기 전에>
    2020. 3. 3. 23:51

     

    #1 철학 전공, 역사 복수전공

    인문적 인간인 나도 취업 앞에선 자기계발서를 찾게 되더라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시나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도 인생을 다 살아보지도 않아놓고서는 성공에 대해 인생에 대해 모든 걸 아는양 자신이 정답인양 이야기하는 게 싫다 말합니다. 명령조로 이거 해라 저거는 하지 마라 그건 맞다 저거는 틀렸다 하며 읽는 사람들의 처지와 상황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신적인 위치에서 한 가지 답을 강요하는 자세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벼워서, 사색의 여지가 없어서, 깊은 통찰이 없어서 싫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으니까요. 

     

    인생의 빛깔은 다양하고 저마다 성공의 방식도 다를 텐데 자기계발서는 이거 하라 저거 하지 말라 참 쉽게도 말합니다. 획일적인 그 시선이 폭력적으로 여겨져서 싫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이라고 지금의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는 놀라운 책입니다.

     

    30대 초반까지도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색이 있고 생각의 여지가 있는 인문서가 좋았습니다. 은유와 비유가 좋았습니다. (돈 안 되는) 철학을 좋아해 전공하고 (역시나 돈 안 되는) 역사를 복수전공할 만큼 원체 인문적 인간인 탓도 있습니다. 20대, 88만 원 세대라 불리던 때 인문학 같은 걸 좋아한다고 전공도 복수전공도 역사나 철학 같은 걸 공부하고 있었으니 자기계발서와 거리가 먼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자기계발서를 찾습니다

     

    그런 제가 자기계발서를 스스로 찾아 읽던 때가 있습니다. 20대 중반 취업 전선에 뛰어들던 때와, 30대 중반인 바로 지금입니다. 취업 전선에서 초조하고 조급한 때, 은유나 비유 같은 걸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사색이나 여유보다 직설적인 게 좋았습니다. 몸은 비록 비루한 취준생이지만 마음만은 우사인볼트처럼 뛰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사회의 한 일원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나를 추동해야 했습니다. 더, 더, 더 하라고,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남들보다 약간이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자기계발서는 그런 저에게 빨간약과도 같았습니다. 다른 내가 되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줄 것 같았고, 실제로 도움도 되었습니다. 그렇게나 비웃던 자기계발서였는데 마음이 급하고 절박하니 자연스럽게 손이 갔습니다.  

     

    내 눈앞에 있는 열차가 목적지에 다다르는 마지막 열차인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조급하고 급박한데 천천히 걸을 수가 없습니다. 달리고 봐야 합니다. 빨리가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계발서는 그런 급한 마음에 빨간약 같은 존재입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자기계발서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차례만 봐도 한 권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들도 있습니다. 몇 백 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결론은 거기서 거기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읽는 건 경험해본 자만이 말할 수 있는 통찰을 높이 사기 때문입니다.

     

    누우면 자고 싶고 앉으면 쉬고 싶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도록 만드는 책 '자기계발서'

     

    모두가 다른 삶을 살고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일궈내었지만 자기계발서들이 결국 비슷한 구호일수밖에 없는 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마음과 자세에는 사실 별다른 비법이나 방법 같은 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는 사람의 마음과 자세를 움직이는 책이지, 성공의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성공에 이른 디테일에 대해 알려면, 재테크, 유튜브, 수학공부법, 역사공부법 등 디테일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방법과 지식'들을 습득해야 합니다. 그 책들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구호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식과 정보만을 다룰 뿐이지요. 하지만 무엇이 되었건 일구어 내려면 결국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행동하는 나를 만들어주는 게 자기계발서입니다. 그토록 어려운 바로 그것 말이죠. 

    한 자리에 머물고만 싶은 인간의 본성을 직접적으로 건드려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자기계발서입니다. 어쩌면 자기계발서는 고도의 인간 본성을 추동하는 도구가 아닐까도 생각이 듭니다. 누우면 자고 싶고 앉으면 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근데 그런 본성을 거스르도록 만든다니, 그걸 해내도록 움직이게 만들다니, 대단한 도구가 아닌가요?

     

    서른 중반, 자기계발서를 읽게 된 결정적 한 권의 책

    <마흔이 되기 전에>

     

    20대 중반 취준생 시절, 절박한 마음으로 자기계발서를 찾던 제가 30대 중반에 이르러 다시 자기계발서에 빠져들었습니다. 마흔을 앞두었다는 절박함이 저를 자기계발서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결정적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팀 페리스의 <마흔이 되기 전에>입니다. 

    원제는 <Tools of titans and tribe of mentors>입니다. 제목으로 보건데, 팀 페리스의 전작 <타이탄의 도구들> 속 성공한 인물들의 실제 목소리를 담은 번외편 정도의 느낌이 강한데요. 성공에 대한 조언들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판에는 <마흔이 되기 전에>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미국에도 마흔앓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한국 정서에 맞게 한국판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결함을 가진 존재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는 세상과 나눌 선물이 있다. 어둠 속에서 괴물과 싸워야 할 때 꼭 기억하기 바란다. 누군가 거기에서 당신과 함께 싸우고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 내가 얻은 인생의 보석들은 모두 투쟁 속에서 찾은 것들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_ <마흔이 되기 전에>, 11쪽

    이 책을 읽게 된 건 제목과 띠지 카피 영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마흔을 앞둔 서른 중반의 저에게 <마흔이 되기 전에>라는 제목과 띠지 카피 '정상에 서고 싶다면 마흔 전에 8부 능성을 넘어야 한다''20-30대에 빛나는 성공을 거둔 세계 최고 인물들의 지혜로운 이야기'는 제 마음의 우사인볼트를 탄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마흔,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무언가 확실한 열쇠 같은 걸 제 손에 쥐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절박함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지금 무언가 일궈내지 않으면 제 평생이 지금과 똑같이 흘러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지금 변화해야만 마흔 이후의 제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상황에 이끌려 다니지 않고 내가 상황을 지배하려면 마흔 이전에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급박함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트리거가 되어준 게 <마흔이 되기 전에>입니다. 

    열정에 들떠 몇 달 해봤다가 금세 포기하고 마는 서른 살 젊은 친구들을 나는 너무도 많이 목격해왔다. 열정은 뜨거움이 아니라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 젊은 시절엔 멋진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멋진 일은 돼지우리 속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숨겨진 멋진 삶을 발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거린다. 어떤 사소한 제안이더라도 모두 경청하라. 그리고 무엇을 하든, 오랫동안 하라. (...)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성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목마름을 해결해줄 선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멋진 삶은 결코 멋진 곳에 있지 않다. _ <마흔이 되기 전에>, 11쪽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생각합니다.

    '인생은 계단이다'라는 사실을 말이죠.

     

    마음이 급박하다 보니 자꾸만 잊게 되는 게 있습니다. '인생은 계단'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루  아침에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도 없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로또 같은 행운에 인생을 걸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당장 무언가 바뀌기를 바라는 제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늘을 억지로 외면하며 내일은 달라져 있겠지, 한 달 뒤에는 달라져 있겠지 하며 마치 제 인생을 타인의 인생 보듯 하는 제가 있습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를 읽으면서 깨달은 건 자기에게 맞는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자신의 리듬에 맞게 꾸준히 하라는 겁니다.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갈수록 척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습을 반복하라는 겁니다.

    서른 살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앞으로 당신의 삶은 결코 쉬워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소록 도전도 커진다. 그렇다 쉽지 않다. 편해지지도 않고, 때려치우기도 어려워진다. 답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고군분투의 결과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다. 지킬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약속을 한 후, 그것을 지킬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_ <마흔이 되기 전에>, 32쪽

    마음이 급박해질수록 생각합니다. 인생이 로또 같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저를 발견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인생은 계단이라고. 마흔이 되기 전에도 후에도 나는 그 계단을 오를 거라고. 마흔을 앞둔 계단 앞에서 숨차지 않으려면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고 잘하는 일을 분투해서 반복하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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