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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의 '망할 놈'과 싸워 이기고 싶을 때 : <결단>
    2020. 4. 2. 23:55

    #1. 당장 돈도 뭣도 안 되지만 하루하루 일단 뭔가 해보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 

    그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고 포스팅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무데도 가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면 하루 하나 포스팅 같은 거 어렵지 않게 했겠지만, 요 한 달 사이 설악산에도 가고 울산에도 가고 을왕리 해수욕장에도 가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이 일 저 일 요 일 조 일 일어나다 보니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2월 24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4월 1일이 된 어제부로 포스팅 글은 38개가 되어야 하지만 21개가 되었을 뿐입니다. 

     

    매일매일 글을 쓰겠다는 나와의 미션 완성에는 실패했습니다. 38개가 되어야 하는 글은 고작 21개가 되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일 뿐일지언정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21개의 글을 쓰며 그 사이 제가 좀 변한 것 같습니다.

     

    일단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티스토리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눌러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공포의 하얀창을 마주하고 글을 한 글자라도 쓰기 시작했다면 그날은 성공입니다. 단 하루도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데까지 왔는데 글을 쓰지 않았던 날은 없습니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데까지 오늘 것, 일단 그걸 해내는 게 어려웠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지금 시작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결정이며, 당신이 해결하기 전까지 그 모든 중요한 일들은 점점 더 끔찍해지고, 커지고, 어려워질 것이다. 심호흡을 하라. 생각하지 말라. 그냥 지금 시작하라. _ <결단> 60쪽

    부동산을 보다가 집을 사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 서울 시내 수억 원을 오가는 아파트 들을 컴퓨터 창 너머로 구경하다 보면 어김없이 로또처럼 행운처럼 돈이 갑자기 떨어졌으면 바라는 바보같은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의 요행은 없고 '인생은 계단이다'는 진리를 깨닫는 데 이 하루 하나 글쓰기 미션이 꽤나 도움이 되었습니다.

    겨우 이 정도 해내는 꾸준함도 내기가 어려운데 사업을 해서 큰돈 벌고 싶다, 책을 내서 큰 인세를 받고 싶다, 인스타그램으로 그림 청탁을 받고 싶다는 일들을 어떻게 해낼 수 있나요? 겨우 이 정도를 매일 매일 해내야 고작 그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는데 말입니다. 

     

    #2. 매일 작은 결단들을 해낸다는 것

     

    글을 쓰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건 다름 아닌 다음 날 아침에 제 글을 다시 읽을 때의 쾌감과 조회수였습니다. 조회수라고 해봐야 유입률이 높지는 않아서 하루 3-5건 정도를 매일 왔다 갔다 하는데도, 하루 겨우 서너 명이 내 글로 유입되어 글을 제대로 읽는지 어떤지 알 수 없어도 누군가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글을 쓰고나면 제 글인데도 다음날 읽으면 썩 재미가 좋은 겁니다. 

    매일 새 책을 읽지는 못해서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소환해 기억을 더듬고 당시 좋은 문구를 체크해둔 부분을 다시 곱씹으며 왜 체크를 했는지 그때의 생각은 어땠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천천히 곱씹어보는 겁니다. 그러면 오늘 있었던 기분 나빴던 일들도 복잡하던 생각도 왜인지 정리가 되었습니다. 어딘가 잘못된 퍼즐이 마음 한 구석 여기저기 끼워져 있었는데 고것들이 착착 정리가 되는 것 같았고 조금 삐뚤게 서 있던 저도 바로 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한 시간 정도 짬을 내어 내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적었을 뿐인데도 내 안의 잘못 끼워 맞춰져 있던 퍼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퇴근 후 밥을 먹으면 너무 졸립습니다. 누워서 자고 싶습니다. 그 본성을 거스르고 몸을 추켜세워 책상에 앉아 티스토리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결단, 그 결단이 있어야 했습니다. 결단이라 하면 무언가 거대하고 무지막지한 것을 마음먹고 행동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인생의 위대한 일들은 하루하루의 성실함으로 쌓여져갑니다. 우사인볼트도 김연아도 하루 아침의 거대한 결단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하기 싫고 눕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을 거슬러 일단 하고 보자는 매일의 작은 결단들이 모여 그들을 만든 겁니다.

    롭 무어의 책 <결단> 속에서 이야기하는 결단도 결국 그런 확신 부족과 조바심으로 가득한 나의 감정을 이겨내고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결단이라 하면 엄청나고 대단한 변화를 일컫는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롭 무어가 이야기하는 결단은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책의 원제는 <start now get perfect later>입니다. '지금 시작하고 나중에 완벽해져라'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제목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단하고 완벽한 무언가를 이뤄내겠다는 그 마음부터 버리고 작지만 일단 해보는 결단을 하라는 겁니다. 그럼 '결심' 정도의 단어면 되지 왜 '결단'씩이냐구요? 전 이 제목이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하루하루 별거 아닌 일상에서 본능에 따르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란 정말 어렵고 거기에는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얼마나 어렵나요? 나를 움직여 하게 만드는 일!

     

     

    #3. <레버리지>로 한국에서 일약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롭 무어의 본격 자기계발서 <결단>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느끼는 두려움은 낮은 자존감과 확신의 부족, 조바심과 관련된 강력한 감정이다. 두려움은 모든 발전과 성공에 피해를 준다. 이 일 저 일 들쑤시고 다니다가 제대로 한 가지 일도 못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물을 주는 잔디를 빼고는 어떤 잔디도 푸르지 않다. 모든 결정에는 득실이 따른다.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느끼는 두려움이 강할 때 그것을 의식하고, 일단 기다리며 그것이 지나가게 하라. 그러면 균형과 노련함으로 무장한 채 결정을 바라볼 수 있다. _ <결단> 200~201쪽

    롭 무어는 이전 책 <레버리지>로 국내에 크게 알려졌습니다. 영국 사람인 롭 무어는 한국에서 책이 발간되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자신의 책을 아주 좋아해준다고 소개하고는 하는데요, 롭 무어가 다른 나라에서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한국에서는,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들은 알만 할 정도의 저자가 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롭 무어의 책이 <레버리지>와 <머니>, <결단>까지 총 3권이 소개가 되었고 모두 괜찮은 성적들을 거두었습니다. 

     

    각 장마다 마지막에 문구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꾸물거리는 마음을 추동하기에 좋은 롭 무어의 경험과 질타가 압축되어 녹아져 있습니다. 저 부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건 대단한 이론이 아니라 따가운 한 마디 질타와 인상 깊은 문구 일 때가 더 많습니다. 

     

    당신의 감정을 배출하고 관찰하고 주시하면서 '당신 안의 망할 놈'을 관리하라. 그는 당신이 아니다. 그는 변덕이 심하고 감정적인 또 다른 당신이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믿을 만한 조언자와 이야기하면서 휴식을 취하라. 일단 감정(내 안의 망할 놈)이 가라앉은 다음 앞서 소개한 10가지 조언 중 하나 이상을 따르면 합리적이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_ <결단> 278쪽

     

    #4. 지옥에 빠지기 싫어 더 큰 지옥에 머물고 있다면 기억해야 할 말

    "지금 시작하고 나중에 완벽해져라!"

     

     

    롭 무어의 전작들이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결단>은 그보다 훨씬 더 자기계발적입니다. 레버리지당하지 말고 레버리지하라는 구호는 한결같이 그의 후속작들에서도 이야기됩니다. 사실 <결단> 속 내용이 아주 새롭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행동하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당연한 본능을 넘어서야 하고, 그 본능을 넘어서는 데는 대단한 이론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문구와 경험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이 책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옥을 맛보는 순간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든 외면할 때입니다. 일단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작하고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생각보다 잘하게 되기도 하고 또 하다 보면 왜인지 오기가 생겨서 물고 늘어져 손놓지 못하고 집중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지옥에 빠져들고 싶지 않아서 더 큰 불구덩이 지옥에 발 담그고 있는 오늘과 내일과 모레의 저를, <결단>은 더 쉽고 재밌는 지옥으로 조금씩 안내하다 결국 따스한 봄날의 언덕으로 닿게 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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