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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착과 떠남 사이 마음이 달뜰 때 추천 2권: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2020. 3. 30. 22:38

    나와 비슷한 프로필의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 저마다 마음속에 먼 나라 하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여기에서 '나와 비슷한 프로필의 사람들'이란, 직장생활을 몇 년가량 했고, 슬슬 직급의 무게가 느껴지는 연차에, 조금씩 결혼의 압박을 느끼는 미혼들을 말한다. 

    이런 사회 생활 또래 들을 만나면 누군가는 프랑스, 누군가는 호주, 누군가는 쿠바, 이런 식으로 각자 꿈꾸는 나라가 하나씩 있었다. 비록 내 지금은 진자처럼 회사와 집만을 무한진동하지만 언젠가 이 궤도를 벗어나 먼먼 나라로 날아가리라, 하는 꿈. 모두 마음속 보석상자에 나라 하나를 숨겨놓고, 무릉도원처럼, 유토피아처럼, 극락처럼 상상하며 야근도 버텨내고 주말근무도 이겨내 왔던 것이다. _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17쪽 중에서

     

    이곳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는 나는 이 나이대 사람들이 당연히 한 번쯤 겪는 열병 같은 것에 걸린 것뿐인 걸까? 정말 이 마음이 간절함이 아니라, 당연함 그것뿐이라는 것일까?

     

    서른 셋과 넷을 오가던 그때, 나는 진심으로 해외 이민을 꿈꿨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에서 말하는 딱 그 나이 그 마음으로 말입니다. 저 책 저자는 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기 위해 훌쩍 떠났지만 나는 반대였습니다. 저 문구를 읽으니, 내 마음이 하찮게 느껴졌으니까요. 으레 그런 마음 하나 품고 살면서 대단한 계시라도 받은양 굴고 있는 내가 우습게 여겨졌으니까요. 그러나 그 마음이 쉽사리 접히지는 않습니다. 1-2년 품어온 마음은 아니거든요. 

    서른 셋과 넷을 오가던 때 해외로의 열병에 달뜬 나는, 캐나다, 호주, 미국부터 동남아까지, 어떻게 하면 해외에서 먹고살까 고민했습니다. 잠깐의 방랑으로 1-2년 다녀오는 게 아닌, 10년이상 거주하며 내 뿌리를 그곳에 내리고 싶었다. 박람회를 다녔고, 인터넷 정보를 뒤졌고 책을 사 읽었습니다.

     

    #1. 한국인 이민자 11인과의 인터뷰 책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저의 해외 동경은 20대 중반, 해외로의 취업 인턴이 좌절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국가에서 지원하는 해외 취업 인턴 프로그램에 선발된 나는 정말로 미국에 갈 수 있을 줄만 알았습니다. 영문 이력서를 작성하고 영어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지막 합격 소식을 받던 그때까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인턴 비용은 몇 백만 원에 이르렀고, 엄마는 그 돈을 내고 그곳에 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다른 기회를 찾는 게 낫겠다 하였고, 나 또한 너무 큰 비용으로 해외에 취업 자리를 사서 가는 것만 같아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좌절은 두고두고 내 마음에 남아 나를 괴롭혔습니다. 20대 중반에 이루지 못한 꿈은 서른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맘을 동요케 합니다. 

    사실 저는 압니다. 당시 저는 떠날 만큼 절박하지도 용기도 없었다는 것을요. 어떻게든 떠나려 했다면 떠났었으리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걸 알면서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동하지 못한 저에 대한 후회가 제 마음을 뒤흔듭니다. 왜,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냐고 나를 책망하면서 말입니다. 그 어떤 나라도 내 나이의 사람을 워킹홀리데이로 받아주지 않습니다. 더 이상, 젊음의 기회도 사용하지 못하는 저는, 사용권이 얼마 남지 않는 쿠폰을 바라보듯 내 나이와 해외로 떠날 기회 사이를 간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올해는, 내년은, 그 후년은 그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말입니다. 

     

    짐이 한가득 실린 귀여운 버스와 말풍선 안에 담긴 책의 제목이 귀엽네요.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에는 11명의 한국인 이민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슬로바키아,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미국, 뉴질랜드... 대체로 선진국으로 떠난 이들은 재미를 찾아,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찾아, 우물 안에 살고 싶지 않아서 다른 나라로 향해 떠났습니다.

    영국 이민을 추천하세요? 장단점이 있어요. 저는 30대 중반이기 때문에 마냥 '런던 생활이 훨씬 좋고, 한국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국이 그립기도 해서 돌아갈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직장 생활은 아주 달라요. 개인 생활과 회사 일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요. 휴가를 통해 개인 삶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고, 직장생활이 아닌 '내 자신' 개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중략) 저는 여기 오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물론 이민을 간다고 다 이렇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11명의 사람들의 거주지와 직업, 거주기간, 간단한 이력이 담겼습니다. 

     

    인터뷰는 자세하고 진심이 담겼습니다. 왜 떠났으며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담겼습니다. 

     

    지금도 저는 꿈꿉니다. 언젠가, 이 땅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말이죠. 그리고 저는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 인생은 여기 대한민국에서 끝날 거라고 절대,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착과 떠남 사이 달뜬 마음은 언제나 저울질합니다. 부동산 생각을 할 때마다 돈 한 푼 더 모아 뿌리를 박아야 하나 싶고, 해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해외에 살아가는 삶을 나 또한 이루고 싶어 마음이 동요합니다. 떠나고 싶다는 그 마음이, 계속해서 나를 밀었다 당겼다 합니다.

    이 마음은, 실제로 떠나기 전까지는 저를 괴롭힐 겁니다. 이루지 못한 바람으로 두고두고 괴롭고 싶지 않습니다. 인생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마흔이 되기 전에,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을 품고 오늘도 저울질하는 마음을 한번 움직여 봅니다. 정착과 떠남 둘 사이를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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