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두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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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은 특별할 거라는 착각: <죽음의 에티켓>책 2020. 4. 1. 23:58
#1.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던 날, 죽음을 알게 된 날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경상도 남자의 스테레오타입에 우리 아빠는 딱 들어 맞습니다. 말이 없고 무뚝뚝하고 묵묵합니다. 바라는 걸 좀처럼 소리내 말하지도 즐거워도 슬퍼도 겉으로 감정 표현하지 않던 아빠가 우는 옆모습을 보았을 때,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사실보다 아빠가 울고 있다는 사실에 슬퍼졌습니다. 부산 할머니댁에 갈 때마다 아빠는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고 다정스런 말 한마디 건네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빠도 할머니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런 어린 아들이었을 거란 사실을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야, 당연한 그 사실이 진짜처럼 여겨졌습니다. 본 적 없는 젊은 할머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