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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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관계의 선을 침범해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책 2020. 3. 20. 23:57
#1. 첫째라는 이유만으로 싫은 건 먼저 하고 좋은 건 나중에 하고 언니들을 좋아합니다. 어른스러운 동생들이 좋습니다. 철없는 동생, 동생 같은 언니, 딱 싫어합니다. 어릴 땐, 동생 둘 있는 첫째인 게 싫었습니다. 나는 모범 같은 거 잘 못하고 먼저 챙기지도 못하겠고 먼저 하는 것도 싫은데 첫째니까 해야 한답니다. 언니니까 잘해야 하고 누나니까 양보하랍니다. 나도 응석부리고 싶고 양보받고 싶은데 왜 첫째라는 이유로 싫은 건 먼저하고 좋은 건 나중에 해야 하나요? 그게 싫었습니다. 한 살 어린 동생과 컴퓨터학원도 서예학원도 글짓기학원도 수영도 미술학원도 같이 다녔습니다. 동생과 내가 자매란 걸 아는 학원 선생님들은 내가 동생보다 못하면 꼭 한마디씩 토를 달았습니다. "동생이 더 잘하네" "언니니까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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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상처받겠다는 용기 <독고솜에게 반하면>책 2020. 3. 10. 23:14
#1. 쉽사리 친해질 수 없던 비밀스러운 그 아이, 누구에게나 있는 학창시절 기억의 한 조각 교실 바닥 나무냄새. 복도로 난 창문 틈 사이 비치던 햇살. 의자 끄는 둔탁한 소리. 선생님 몰래 주고받던 쪽지. 그리고 알고 싶던 그 아이의 옆모습. 이 모든 것들의 냄새가, 기억이, 을 읽는 내내 주변을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도 왠지 신비롭던 같은 반 아이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두 학기 내내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한 그 아이의 방과 후는, 일상은 나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집중할 때면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면 입에 힘을 주고 한쪽으로 몰던 버릇까지도 왜인지 기억이 나지만 좋아하는 게 뭔지, 가족은 어떤지,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지, 사소한 것들조차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