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멋과 클래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켄싱턴호텔 설악>
호텔 때문에 여행 계획 전면 수정!
설악에서 찾은 보석 같은 호텔
요즘 새로 지은 호텔들을 가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특색이 없기 때문이죠. 이 호텔이 저 호텔 같고 저 호텔이 이 호텔 같습니다. 생일을 맞아 강원도 여행을 계획했을 때도 호텔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강원도로 여행을 가는데 잠은 자야 하니 호텔에 가기는 가야겠다는 마음이었죠. 비교적 저렴하지만 시설도 나쁘지 않은 정도면 괜찮겠다는 타협점만 있었을 뿐입니다.
강릉 어디쯤, 양양 어디쯤, 평창 어디쯤 머물러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대충 대충의 마음으로 호텔을 둘러보던 제가, 호텔 하나 때문에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일이 있을 줄은 몰랐죠!
저는 클래식한 걸 좋아합니다. 그런 저에게 켄싱턴호텔 설악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진 몇 장 보자마자, 별로라는 후기를 보고도, 여긴 꼭 가야 한다며 예약을 했고, 그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아주 좋았거든요!
이 호텔의 4계절을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켄싱턴호텔 설악을 찾은 건 3월. 눈이 그만큼 많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날 날씨가 왜인지 꾸물꾸물하더니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다음 날 눈길 때문에 미끄러워서 집에 못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날씨가 거짓말 같이 맑아졌거든요!
켄싱턴 호텔의 최대 장점은 절경과 위치입니다. 설악산으로 올라가는 입구 바로 앞에 호텔이 위치해 있어 설악산을 오르려는 계획이 있다면, 이 호텔만큼 훌륭한 위치를 찾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이 호텔의 최대 최대 최대 장점은, 창밖으로 쏟아질 듯이 평쳐지는 설악산의 풍경입니다. 저는 3월에 갔지만 운 좋게도 눈 내린 설악산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고, 심지어 다음 날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심지어 따듯하기까지 했지요) 눈길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명한 하늘 아래 눈 덮인 설악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 이 호텔의 봄과 여름과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요? 눈 덮인 설악산을 이 호텔에서 본 이상, 다른 세 계절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창밖으로 쏟아질 듯 펼쳐지는 설악산 풍경을 보며 이 호텔에서 3계절을 꼭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래식!
천편일률적인 호텔이 지겹다면,
이 멋지고 고풍스러운 클래식을 경험해보시길!
켄싱턴 호텔은 한마디로 클래식합니다. 요즘 지어진 그렇고 그런 하얗고 하얀 특색 없는 호텔이 지겹다면 켄싱턴 호텔은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말이지요.
호텔 후기를 찾아보며, 호불호가 좀 갈린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좋다고 극찬했고, 어떤 사람들은 실망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고즈넉한 고풍스러움이 좋다면 반드시 이 호텔이 좋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모텔 같다'고 하는데, 싸구려 모텔에 비견할 바는 아닙니다. 이 곳만의 멋이 있습니다.
복도의 풍경은 좀 의외긴 해요 ^^;
아, 복도의 풍경은 좀 의외긴 합니다. 왜 복도에 오래된 한국 가수와 탤런트와 영화배우의 사진이 기념품처럼 전시되어 있는지 잘 모를 일입니다. 한국 대중문화를 알리고픈 마음인 건지, 호텔 주인이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은 건지 알 길이 없지만, 사람들이 '촌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의 많은 부분은 이 복도의 풍경에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지방 소도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대중음악 박물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훌륭한 문화유산(?)들일 텐데, 이런 느낌이 드는 건 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점들이 이 호텔의 특색을 빛내준다고 생각합니다. 방에서 짐을 챙겨 나오며, 객실 청소를 하고 있는 다른 방들 문이 열려 있기에 볼 수 있었는데요, 제가 묵었던 꽃무늬 방과 벽지가 다 다르더라구요. 분홍빛 꽃무늬 벽지도 있고, 하늘빛 꽃무늬 벽지도 있었습니다.
저는 호텔 후기를 살펴보다 온돌방도 있고 다른 방 들도 있었지만, 반드시 꽃무늬 벽지 방이어야 한다! 외치며 예약 버튼을 눌렀더랬습니다. 왜냐면, 후기 속 사진으로도 저 호텔의 클래식이 물씬 느껴졌고, 그 클래식을 온전히 느끼려면 저 꽃무늬 벽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런 제 예상은 너무나 보기 좋게 적중했고, 저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팁1) 편의점은 호텔 바깥에 따로 있고 24시간이 아니다
편의점이 호텔 바깥에 딸려 있는데 24시간 운영하지 않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어서 그런가, 오후 8시에 편의점 문이 닫는다고 해서, 오후 7시 50분에 체크인했던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편의점으로 향했더랬습니다. 늦은 시간 호텔에 도착한다면 호텔 가서 편의점에서 무언갈 사려 하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사서 가세요.
(팁2) 호텔에서 걸어서 5~10분 가면 설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그곳은 유료주차장)
호텔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올라가면 설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습니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장소고, 유료주차장이에요. 만약 설악산 등산을 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하룻밤 정도 묵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지 말고 켄싱턴호텔에 하룻밤 느긋하게 묵으며 등산하느라 지친 몸을 욕조에 푹 담궈 풀어보며 맛있는 호텔 음식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이 호텔 때문에 이곳엘 갔던지라,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설악산 입구가 있을 거라곤 전혀(!) 몰랐어요. 놀랍게도 전혀 말이죠. 다음에 이곳에 묵을 때는 설악산 등반을 반드시 하겠다 다짐하며 아쉬운 마음을 돌렸습니다.